정부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배구조는 투명해졌으며 참여적 거버넌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공론의 장에서 의제를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일도 그와 같은 주체도 없습니다. 정부, 기업, 시민, 네티즌, 신문과 방송이 함께 의제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신문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짜여진 조직입니다. 제도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부보다 취약하지만, 국가나 공동체의 의제를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시민사회 이후 정치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역할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강조되었지만, 언론 자체가 시장의 독점과 독점적 지배구조를 통해 권력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독자가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나 시장의 매커니즘은 크게 발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 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언론인의 윤리적인 자세와 절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그중의 하나입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와 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내부구조를 갖추고 있을 때 신문은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로서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하고 균형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한 지배집단의 가치나 이해관계에 치우친 언론이 시장을 지배하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은 설 땅을 잃게 됩니다.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2005.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