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하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노 대통령이 구술자 신은수에게 처음 건넨 말이자 마지막 남긴 말이다. 사저에서 처음 만난 대통령은 옆집 아저씨 같았다. 머리를 손질하며 주고받은 대화와 그날의 분위기까지 구술자의 기억은 매우 선명하다. 이발이 끝나면 항상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대통령,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던 5월 어느 날이 마지막 이발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구술자 신영호와 신은수는 재임 이전과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이발사 부자(父子)다. 1988년 제13대 총선 선거운동 중이던 어느 날, 노무현 후보는 신영호가 운영하는 부산 광장호텔 구내 이발소를 처음 찾았다. 이후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2003년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를 찾는 단골손님이 됐다. 미용학과 교수로 1997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부산 롯데호텔 이발소를 운영해온 아들 신은수는 퇴임 후 봉하마을에 인사를 갔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 대통령의 전담 이발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