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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이야기 유의미한 주요 사료를 소개하고 그 배경과 맥락을 정리해 제공합니다.

“여러분, 반드시 승리하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88년 현대중공업 연설과 왜곡보도 파동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이전 정치활동 중 많은 시간을 원외에서 보냈습니다. 야당 정치인 시절에는 기회주의 정치인들이 훼절의 길을 걷는 동안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대의를 향해 꿋꿋하게 지조를 지켰고, 지역분열주의라는 거대한 벽에 맞섰습니다. 그러다보니 의원 배지를 단 시간은 13대 국회 초선 4년과 15대 국회 종로 보궐 잔여인 1년 8개월이 전부입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늘 서민과 노동자들의 편에 섰습니다. 초선의원 시절에는 국회 노동위 소속으로 전국의 노사분규 현장을 다니며 노동자들의 대변자이자 노사 간의 중재자로 나섰습니다. 1988년 12월 26일에도 울산 현대중공업의 파업 현장에 있었습니다. 파업지도부의 초청으로 4천여 명의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했는데, 이때 발언을 왜곡한 언론보도와 회사 측이 날조해 퍼뜨린 헛소문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언론의 왜곡보도 발단은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의 전신) 기사였습니다.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 연설 다음날 <조선>, <중앙>, <서울> 등 사회면과 KBS, MBC는 연합통신 기사를 받아쓰면서 “노무현 의원이 파업 노동자를 선동하고, 차기 울산 동구 출마를 겨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88년 12월 27일자 사회면 기사입니다.
민주 노무현의원 현대중공업 강연

[울산=연합] 노사분규로 14일째 작업이 중단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민주당소속 노무현의원이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50분까지 4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근로조건 쟁취를 위해 모두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중략)···
노의원은 「내가 온 것은 현대중공업 노사분규의 실상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세히 보도될 것을 기대하고 왔다」는 등의 연설을 했다. 이어 노의원은 현대중공업, 현대엔진 노사분규에 언급, 「··· 근로자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해 근로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의원은 또 「나 같은 사람 20명만 있으면 국회도 흔들 수 있다」 「현대그룹 앞에서는 판사·검사·법도 흐물흐물해진다」고 주장했다.
노의원은 연설 후 박영우사장과 만나 박사장이 「노 의원은 불을 끄러 왔느냐, 붙이러 왔느냐」고 묻자 「나는 근로자편에 서있기 때문에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적자운운은 내 알바 아니고 근로자들이 더 많이 받고 인격대우를 받는 것만 바란다」고 주장, 현대중공업측은 노의원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는 발언의 전체 맥락을 도외시하고 일부 발언만을 토막 내어 왜곡보도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된 부분들은 이렇습니다. 

연설 머리 내용 중 “노동자가 노동자 대표 뽑을 자리가 울산동구 말고 또 어디 있겠습니까. 바로 여기서 노동자 대표 한 분 뽑아주시고 저는 딴 데 어디가면 안 되겠습니까”를 「나는 대한민국 어디에서 출마해도 당선된다」로, “노동자 대표 20명만 국회에 보내주시면 화끈하게 한번 하겠는데…”는 「나 같은 사람 20명만 있으면 국회도 흔들 수 있다」로 보도해 놓았습니다. 

대통령이 당시 파업 현장에서 이런 발언을 한 배경은 회사 측에서 퍼뜨린 ‘차기 총선 울산 출마설’이란 헛소문에 대해 좌중들에게 우스갯소리를 섞어 반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회사 측의 헛소문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기정사실화하여 연설 발언을 비틀어 기사로 쓴 것이었습니다. 

또한 회사 측과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 중 “회사가 경영실태를 공개하여 근로자들의 이해도 구하지 않고 적자타령만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부분은 「나는 근로자 편에 서 있기 때문에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경영은 모른다. 적자 운운은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노무현 의원은 “진의를 왜곡하고 사실을 거두절미한 오도된 기사”라고 해명하고, 재벌과 결탁한 기자들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동업자 의식으로 뭉친 언론들로부터 오히려 집중포화를 맞았다. 당시 울산주재기자들이 “언론을 모독했다”며 반발하자, 파업 중이던 현대엔진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비상대책위원회가 “노무현 의원에 대한 관제언론들의 왜곡보도를 중지하라”고 규탄 성명을 내기에 이릅니다.

성명 공방 등 사태가 확산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특별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했습니다. 언론노조의 진상조사 결과를 전한 <언론노보>(89년 1월17일자 창간호)는 “언론기관이 청문회 활약으로 인기를 끌던 노 의원의 언행을 잘못 보도함으로써 당사자 명예에 손상을 입히고, 회사 측의 일방적 제보에 의존해 작성한 기사는 언론과 재벌의 유착 우려가 있으며, 그것이 사회·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었는데도 잘못을 호도한 기자들의 행동은 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언론사와 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언론노보> 89년 1월 17일자 관련 기사입니다. 

노무현의원 발언파동 진상은 이렇다
···(중략)··· [결론] 첫째, 문제기사의 중요부분이 고의이건 아니건 간에 분명히 잘못돼 있고 이를 발언 당사자가 항의하고 있으며 그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만든 점으로 볼 때 왜곡보도로 판단된다. 특히 당사자인 노의원측이 발언내용이 잘못됐다고 항의했다면 당연히 녹음테이프 등을 통해 언론기관이 확인, 잘못된 점은 정정했어야 옳았다. 
특히 노무현의원이 당시 청문회에서의 활약으로 국민들과 언론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저는 딴데 어디가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대한민국 어디에서 출마해도 당선된다」라고 잘못 보도한 것은 국민들이 그의 언행을 건방지게 생각하게 만듬으로써 당사자에게 큰 손상을 입혔던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둘째는 분명히 잘못 보도된 부분이 있어 사회·정치적으로 커다란 파문이 일어났는데도 잘못된 점을 애써 호도하며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언론행태를 보인 일부 기자들의 성명서 발표는 언론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셋째, 진상조사반은 이미 기사 작성자인 연통기자가 노의원-회사임원간담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사실 등 부분적으로 취재현장에 없었던 점이 확인됐고 문제된 기사 일부가 회사측의 일방적 제보에 의존한 것임을 감안할 때 언론-재벌유착 우려를 불식할 수 없었다. 또한 기사와 진술의 상당부분이 엇갈리고 취재메모의 부실함을 면밀히 살펴볼 때 연설 취재현장 참석여부에 강한 의혹을 갖게 한다.
넷째, 각신문과 방송 등 언론은 연합기사를 썼기 때문에 그 책임이 연합통신에 있다고 항변할 수는 있으나 일부 언론사가 현지취재기자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사가 한결같이 연합통신을 인용보도한 저의를 납득할 수 없다. ···(중략)···
이같은 결론은 우리 스스로의 잘못을 냉철히 반성하고 앞으로 지난 오욕된 과거를 청산, 민주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아픔에서 나온 것이며 언론인 또는 개개언론기관의 잘못된 점을 비난하기 위한 것임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회에서는 당시 왜곡보도 파동을 겼었던 현대중공업 연설 전문을 공개합니다. 언론이 왜곡보도했던 부분은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한편, 현대중공업 파업 사태는 1988년 12월부터 100일이 넘는 파업을 이어갔습니다. 노무현 의원은 파업지도부와 분쟁을 겪고 있었던 어용 노조위원장에 의해 제3자 개입 혐의로 고소당합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파업지도부의 지휘 아래 똘똘 뭉쳤고, 이를 와해시키려 한 회사 측의 식칼 테러 등도 자행됐습니다. 그리고 끝내 전쟁을 방불케 한 공권력의 폭력 진압으로 수많은 구속자와 해고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노무현 의원은 1989년 7월 6일 현대중공업 신임 집행부 출범식 때도 노조 초청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당시 노동악법이었던 방위산업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동쟁의조정법(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으로 개정) 관련 조항은 이후 두 차례의 헌법소원과 법 개정 등을 거치며 지금은 국가와 사용자 측의 관련 법규의 자의적인 남용을 일부 제한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체 파업투쟁은 정당하다


                                                               13대 국회의원 노무현

현대중공업 노동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약골이 되어가지고 추위를 잘 타서 여기 와서 노동자 여러분들의 잠바를 하나 얻어 입었습니다. 돼지처럼 뚱뚱해서 보기 싫더라도 잘 봐 주십시오. 그리고 저쪽 스탠드에 앉아 계신 분들, 응달이라 좀 추우시죠. (대중 : “예”) 그래도 좀 참으십시오. 음지가 양지될 날도 있고요,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습니다.(웃음) 우리 노동자들 호주머니도 좀 두둑해지고 목에 힘들어 갈 날도 있겠지요. 조금만 참고 노력해 봅시다.

노동자 여러분, 제가 울산에 얼굴을 자주 내미니까 제가 다음 선거에 울산 동구에서 출마하려는 흑심을 품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여러분, 사람 너무 치사하게 만들지 말라고 하십시오. 저는 그런 생각도 없고요,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울산 동구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저는 국회에 가서 저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지만,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한 번 해보려고 하면 여기서 견제가 들어오고 저기서 로비가 들어오고, 그래도 눈 딱 감고 밀어 붙여 보면 쪽수로 깔아뭉개버리니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노동자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다. 노동자 대표 몇 사람만 더 있어도 어깨에 힘이 좀 생기겠고요, 20명만 있으면 화끈하게 한 번 해 보겠는데…, 노동자 대표 20명만 국회에 보내 주시면 국회를 한번 쥐고 흔들어 보겠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이제 노동자는 노동자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울산 동구 말고 노동자 대표 뽑을 만한 곳이 또 어디 있습니까? 바로 여기서는 여러분이 노동자 대표를 한 분 뽑아 주시고, 저는 딴 데 어디 가면 안 되겠습니까?(웃음) 동구에 흑심이 있네 없네 그런 소리 하면 안 됩니다.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파업은 정당한가여러분은 지금 파업을 하고 있지요. 법률상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파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산업체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파업은 위법입니다. 그런데 왜 파업을 합니까?(웃음)

여러분의 대답을 들어보니 여러분은 파업의 정당성에 관하여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회사는 서태수 집행부와 짜고 여러분의 파업은 불법이다, 여러분의 요구는 무리하다, 집행부가 회사의 제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그에 따르지 않고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선전을 계속하여 여러분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있으므로 과연 여러분의 파업이 부당한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법이 먼접니까, 사람이 먼접니까? (대중 : “사람이 먼접니다”) 맞습니다.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사람을 잘 살게 하는 법이라야 법이지 사람을 못살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닙니다. 그것도 우리 모두가 다함께 잘 살게 하는 것이라야지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 몇 사람만 잘 먹고 잘 살도록 만들어 놓은 법은 법이 아닙니다. 여러분, 지금도 사람 못 살게 구는 법은 많습니다. 

여러분, 저 산동네 철거민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이 추운 겨울에도 무허가 건물이라 하여 집이 뜯기고 있습니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 이상 허가든 무허가든 집이 필요합니다. 연탄불 넣어 놓고 하루 종일 시달린 피곤한 몸을 눕힐 아랫목이 필요합니다. 그 집 어린아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 먹던 상이라도 행주 갖고 잘 닦아서 펴놓고 공부도 하고, 가족끼리 모여 앉아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무허가라고 그들의 집을 망치로 때려 부수고, 그 엄동설한에 사람을 길거리로 내쫓아 버립니다. 국가에서 그 사람들에게 집을 장만해 주거나 집을 지을 수 있는 무슨 조치를 해주기 전에 무조건 집부터 뜯는 것은 사람을 못 살게 하는 짓이고 따라서 그런 법은 법이 아닙니다. 

오늘날 노점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에 풀칠이나 해보겠다고 나와 있는 노점상을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마구 부수어 버립니다. 신문에서 기업형 노점상이니, 자릿세니 하는 바람에 무슨 떼돈이나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포장마차 하나가 전 재산입니다. 

말이 쉬워 포장마차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밤새도록 오들오들 떨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쳐다보며 애를 태우고 낮에는 시장보고 장만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해도 수입은 한 달에 3~40만 원 밖에 안 됩니다. 정말 죽지 못해 하는 일이지 반반한 일자리만 있으면 하라고 해도 할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두들겨 부수기만 하는 것은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죽으라는 법은 법이 아닙니다.

방위산업체 노동자에게 파업을 못하게 하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법은 자본가들만 살 찌우고 노동자들은 종살이만 시키겠다는 악법입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고 사람대접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는 자본주의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수백 년의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그 정당성이 증명되었고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가 모두 인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이므로 이 권리를 짓밟는 법률은 악법이고 위헌입니다.

설사 헌법에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도 그 규정은 보다 높은 가치를 규정한 헌법조항에 위반되어 위헌인 것입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밖에 제11조는 평등권을, 제34조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은 여러 헌법 조항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규정으로서 그 효력도 가장 높은 효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규정에 위반하는 규정은 그것이 헌법의 규정이라 할지라도 위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에게서 파업의 권리를 빼앗아 버리는 것은, 노동자가 사회적 지위의 향상과 인간다운 생활을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방위산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을 금지하는 이유는 안보 때문이랍니다. 맞습니다. 물론 안보는 중요합니다. 나라의 독립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도 인간다운 생활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자들도 국가가 위기에 있을 때는 파업은 고사하고, 하던 파업도 멈추고 젊은 노동자는 총 들고 전장으로 달려 나가야 하고, 늙은 노동자는 열심히 군수물자를 생산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지금 당장 군수물자가 바닥이 났습니까. 파업을 하다가도 일단 유사시에는 파업을 중지하고 즉시 생산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늦어서 곤란할 만큼 군수물자가 바닥이 나 버렸습니까? 군수물자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도 우리 안보를 위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수출은 자본가들의 돈벌이를 위한 것이지 우리 안보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납니까? 밤낮 남침, 남침하는데, 언제 남침한답니까? 과부가 간다 간다 하다가 아이 셋 놓고 간다(재혼한다는 뜻)더니……, 박정희 시대부터 남침 남침하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따까리(딱지)가 않도록 많이 들어놔서 이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서울 한 번 가보십시오. 서울은 돈을 쳐 발라 놓았습니다. 거창한 빌딩, 정부 주요기관, 좋은 학교, 문화시설, 중요하고 좋은 것은 모두 서울에 모아놓고 돈 많은 사람, 잘 나가는 사람은 몽땅 서울에 모여 있습니다. 휴전선에서 8분밖에 안 걸리는 곳에 돈과 사람을 몽땅 모아놓고 밤낮 전쟁, 전쟁하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금강산댐으로 수공을 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되니 어쩌니 하면서 겁주어 놓고, 평화의 댐 쌓는다고 국민학생 코 묻은 돈까지 꼬여 갔는데, 그것도 말짱 거짓말이고, 결국 공사업자 배만 불려준 꼴이니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제 누가 믿겠습니까? 이런 거짓말쟁이들이야말로 진짜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역적들입니다. 

여러분, 저는 결코 전쟁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주장은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방위산업체라 하여 전시도 아니고 비상사태도 아닌 평시에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박탈해야 할 만한 군수물자의 부족이나, 위협은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실제로 전쟁이 나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하였는데도 방산업체가 파업에 들어가서 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운 사정이 되었을 경우에는 공익사업에서와 같이 긴급조정의 제도를 활용하여 파업을 자제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노동법이 방산업체의 파업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들 돈벌이를 도와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당한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실제법의 운용은 어떻습니까? 한 사업체에서 방산부문 종사자가 5%도 안 되는 사업장을 왜 전부 방산으로 지정하고, 일반 사업체에서 흔히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업체나 조그만 부품만을 생산하는 업체도 방산으로 지정합니까. 나중에는 여군 팬티만 만들어도 방산이겠네요. 그뿐입니까. 방산이 그리 중요한 것이라면 사업주가 휴업을 하거나 폐업을 해도 잡아넣어야지 왜 노동자만 파업을 한다고 잡아넣습니까?

여러분, 법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때에만 정당한 법이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자기들만 좋도록 만들어 놓은 법은 악법입니다. 여러분은 정당한 법만 지킬 의무가 있지 악법은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악법은 따르지 않는 것이 국민의 의무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파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파업은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어떤 중상모략에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지금 여러분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힘센 사람이 우기는 것은 ‘경우’이고 힘없는 사람이 우기는 것은 ‘억지’인가?여러분, 파업이 여러분의 권리라 하더라도 파업으로 주장하는 요구조건이 정당한 것이라야 파업도 정당한 것이지, 요구조건이 지나쳐 부당하면 파업도 부당한 것이 됩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요구조건은 정당합니까? (대중 : “예”) 아니, 정주영 회장은 아니라는데요.

지난번 청문회 보셨습니까? 그때 평민당의 어떤 의원이 정주영 회장에게 파푸아 뉴기니에 갔다가 돌아온 현대건설 노동자에게 돈 몇 천만 원 주면 될 걸 가지고 왜 밀고 당기고 싸우느냐고 물으니까 회장님, 아니 증인님께서는, ‘경우에 맞는 돈이라면 몇 백억이라도 내놓을 수 있지만 단돈 10원이라도 경우에 안 맞는 돈은 줄 수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단돈 10원이라도 경우에 안 맞는 요구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요구는 경우에 맞습니까? (대중 : “예”) 이거 정말 큰일 났네요. 천하의 정주영 회장이, 이 나라의 대표적인 재벌총수요, 경제계의 지도자이신 정주영 회장이 경우에 안 맞는다고 하는데 노동자 여러분이 뭘 알아서 경우에 맞는다고 우깁니까? 서로 주장하는 경우가 다를 때는 어느 쪽 경우가 옳은 겁니까? 우선 정 회장께서 청문회에서 주장한 경우는 과연 합당한가 한 번 따져봅시다. 당시 문제된 사건은, 현대건설 파푸아뉴기니 현장에 160명의 노동자가 나갔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원주민 노동자들이 성질이 난폭하고, 복수의 전통이 있어서 자기네들끼리 서로 죽이는 일이 생기고, 한국인 노동자도 칼을 맞아 중상을 입는 일이 몇 차례 발생하자 130여 명이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그중 일부는 회사의 설득에 주저앉고 90여 명은 회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하여 버린 사건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노동자들은 현장에 나갈 때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작업조건이 좋은 곳이라 하여 월급도 적게 받고 나갔는데 현장의 사정은 생명과 신체의 위협 때문에 불안해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서 돌아왔으니 귀국여비와 그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월급은 회사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회사는 노동자들의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회사에 찾아가 농성을 하다가 얻어맞고, 평민당사에 찾아가 수십일 씩 농성을 하는 사건이 생긴 것입니다. 

요컨대 정주영 회장은 이 당시 노동자들의 주장이 경우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노동자들의 주장이 경우에 맞고 안 맞고는 당시 노동자들이 현장의 상황이 별로 위험하지도 않았는데 공연히 생트집을 잡아 귀국을 한 것이냐, 아니면 정말 불안해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사정이라서 귀국하였느냐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법률적으로 말하자면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현장을 가보지 않아서 어느 말이 맞는지 알 수야 없었지만 노동자들의 말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여러분, 노동자들이 처자식 떼어놓고 산 설고 물 설은 낯선 땅에는 왜 갑니까? 요새는 해외취업이라 하여 국내보다 노임을 더 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국내보다 노임이 더 쌉니다. 그런데도 외국에 나가는 것은 노는 날이 없고, 잔업이 많고, 먹고 놀데가 없어서 안 쓰니까 돈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몇 푼 모아서 꼭 갚아야 할 빚이라도 갚고, 전세방이라도 한 칸 마련하여 사글세방 신세라도 면해 볼 욕심으로, 그 중 좀 나으면 집이라도 한 칸 마련해 볼 욕심으로 독한 마음먹고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돌아옵니까. 그것도 한두 사람도 아니고 거의 전원이 농성을 하다가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이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 돌아와 버렸습니다. 정말 불안해서 일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아니고는 그렇게 돌아올 리가 만무한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옳다고 믿고 그들을 도와주려고 애를 써 보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결국 회장님의 ‘경우’가 이겼습니다. 결국 힘센 사람의 ‘경우’가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의 ‘경우’를 이긴 것입니다. 

여러분도 같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1987년 7월 이전까지는 여러분은 회장님이 옳다는 대로만 따라 갔을 뿐 여러분 스스로 나서서 경우가 이러니저러니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1987년 7월부터 여러분도 경우를 내세우고 들고 일어났습니다. 역시 회장님의 ‘경우’와 여러분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분들이 줄기차게 싸운 결과 여러분은 많은 것을 따냈습니다. 회장님의 일방적인 ‘경우’가 옳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분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고 여러 사람이 감옥에 가고 해고가 되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여러분은 받을 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2만4천 명의 힘보다 돈 많고 힘 있는 몇몇 사람의 힘이 더 세다는 증거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몇 사람이 주장하는 경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옳은 경우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돈 많은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요즈음 신발공장이나 봉제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얼마인줄 아느냐고 묻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노동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얘기는 잠시 참읍시다. 그 대신 사장님, 회장님 월수입이 얼마냐고 한번 물어봅시다. 왜 임금이 낮은 노동자하고만 비교합니까? 노동자와 자본가는 사람이 다릅니까, 계급이 다릅니까? 무지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죽으라고 부려 먹으면서도 협박과 거짓말로 월급을 쥐꼬리만큼 주어놓고는 그 사람들 핑계로 다른 노동자들의 월급을 깎아 내리려는 수작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의 월급에 비교해서 여러분의 월급을 깎으려 할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월급을 올림으로써 그 사람들의 월급이 따라 오르게 해야 합니다. 

또, 자본가들은 적자가 나서 월급을 올려 줄 돈이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 그 말이 사실이라면 노동자들도 자제해야 합니다. 회사를 망하게 해서야 안 되지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습니다. 여러분,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노동자들이 무식해서, 억지밖에 쓸 줄 몰라서입니까? 아닙니다. 자본가들의 책임입니다. 

지금까지 자본가들은 너무 거짓말만 많이 해왔습니다. 언제 자본가들이 이익이 많이 남았다고 자진해서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까? 흑자 날 때 이익 빼돌려 부동산 투기나 해두었다가 사업이 잘 안 될 때 노동자들이 조금만 뭐라 하면 공장 문 닫아 버리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쫓아내버리겠다는 사람이 어디 한둘 입니까?

흑자 날 때 부동산 투기 안 하고 사업을 늘리는 사람은 양반입니다. 그러나 그런 양반이라도 새로 늘린 사업체의 주식을 노동자에게 나누어 준 자본가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업을 핑계로 은행돈 빌려서 여기저기 땅을 사고 공장을 지어서 사업으로는 적자가 나도 땅값, 공장 값이 올라 떼돈을 버는 것이 보통입니다. 공장을 지어 돌리는 것도, 은행돈을 빌리는 것도 노동자들 없이는 안 되는 일인데도 그 몫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준 일 있습니까? 그러고도 적자 적자 하니 노동자들이 믿지를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 적자 이 얘기를 하거든 이렇게 제의합시다. 현대중공업을 지은 이래 지금까지 얼마를 벌었고,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해서 그 재산은 얼마나 늘었는지, 현대중공업 재산을 현재 시세로 다시 평가하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따져보자고 합시다. 그렇게 따져도 정말 적자인지 한 번 물어봅시다. 사실은 엄청난 흑자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남은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절반만 나누어 달라고 합시다. 제가 이런 말을 현대계열의 어떤 간부에게 했더니, 그분 말씀이 걸작입니다. 그건 회사 창설 시부터 고생한 노동자들 공장인데, 요즈음 노동운동 한다고 까부는 놈들은 주로 들어온 지 2~3년도 안 되는 놈들이랍니다. 

여러분, 특히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노동자 여러분, 그러면 그 엄청난 이익을 오래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자고 합시다. 현금으로 나누어 주려면 회사를 팔아야 하니까 주식으로 나누어 달라고 합시다. 그리고 여러분은 앞으로 남는 것을 받도록 합시다. 

문제는 흑자냐, 적자냐, 임금은 얼마가 적당하냐 하는 입씨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경우에 맞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대등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중공업이 자본금 얼마로 언제 시작해서 그동안 얼마만큼 불었고, 현재의 경영 상태는 어떻고 전망은 어떻다, 조선업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이니 다른 사업부문을 좀 더 넓히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인명사고가 많은데 회사가 세워야 할 대책은 무엇이고 노동자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진폐의 위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함께 의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적자가 날 때 노동자들이 왜 못 참아 줍니까. 월급을 깎아 달라면 깎아주고 봐 달라면 봐주십시오. (대중 : “옳소”, 박수) 이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라야 비로소 경우에 맞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만 되면 파업이 거의 없어질 겁니다. 

여러분은 파업하고 싶어 합니까? 재미가 나서 합니까? 말로 해서 안 되고, 자본가의 논리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니까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하는 것 아닙니까?(박수)

여러분! 해고자 복직, 해고자 복직 하는데 그건 여러분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여러분은 돈이나 챙기면 될 일이지……, 해고자들 그 사람들 불순분자 아닙니까?(웃음)

해고자는 악법과 잘못된 사회제도의 희생자노동운동은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노동법이 잘못되어 있으니까 여러분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도 범법자가 되어 구속이 되고, 그것을 이유로 해고됩니다. 그나마 시원찮은 법이라도 공평하게만 적용되면 해고자가 줄어들 겁니다. 노동자는 법을 조금만 어겨도 즉시 구속하고 처벌하면서, 사용자는 아무리 노조에 간섭을 하고 구사대를 만들어 폭력을 행사해도 보고만 있으니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시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집회·시위도 여러분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은 그것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법을 안 어기고는 노동운동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잘못된 제도와 편파적인 법의 운용이 구속자와 해고자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억울한 것은 해고자의 복직문제는 재판을 해도 이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이 잘못되어 있으니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쩌다가 하나씩은 너무 억지라서 법대로 해도 이길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현대사건은 잘 안 풀립니다. 

여러분, 왜 이렇게 잘못되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우리 회장님께서 5공화국 시절 새마을본부, 일해재단 등을 통해서 전두환 씨 뒷주머니와 이순자 치마폭에 싸다준 돈이 175억 5천만 원이나 되니 그런 것인지……. 만사를 돈으로 삶아 버립니다. 이놈의 돈이 돌아다니면서 장관도 삶고, 국회의원도 삶고, 공무원도 삶고, 신문도 삶아 버리니 법도, 공권력도 모두 돈 편이 되는 모양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현대사건을 다루어 본 공무원 중에서 ‘나는 돈 먹은 일 없다’ 이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눈 감고 아웅 하는 소립니다. 

저도 판사도 해보고 변호사도 해보았습니다. 일단 높은 사람이 되고 보니, 끗발 좋은 자리에 가 놓고 보니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 사정은 알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동창회에 나가도, 친구를 만나도, 사람이 찾아와도 주로 사장이나 이사나, 아니면 적어도 목에 힘깨나 주고 잘 나가는 사람을 만나서 술도 먹고 밥도 먹고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밤낮 듣는다는 소리가, 요즈음 노동자들이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노동자들 면접할 때 임금이 얼만가는 안 물어보고 오히려 잔업 많이 합니까 이렇게 물었는데, 요새 노동자들은 한 달에 몇 번 놉니까 이렇게 묻는다, 노동자들 간이 커져서 술을 먹어도 맥주만 먹지 막걸리나 소주는 안 먹는다, 임금이 높아서 수출이 안 된다, 정말 걱정된다,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 얘기하면서 자기들 먹는 하루저녁 술값이 노동자 한 달 봉급보다 더 많은 판이니 정말 씨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막상 듣고 보면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경제가 몽창 망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저런 사정으로 법률도, 행정도, 재판도, 신문도 돈 많은 사람들 편만 들게 되기는 마찬가지고 그것이 다 돈의 조화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없는 사람들이 믿을 것은 자기들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자들이 노동운동에 나섰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또 해고된 것입니다. 결국 해고자들이 믿을 곳은 같은 노동자 여러분뿐인 것입니다. 

해고자의 문제는 노동자들 모두의 문제이다여러분, 해고자들이 어디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다가 해고되었습니까? 돈이나 얻어먹고 슬그머니 뒤로 빠지거나 적당히 회사 하자는 대로 할 줄 몰라서 싸웠습니까? 모두 함께 잘 살아 보자고 나섰다가 감옥 가고, 해고 되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해고자 문제는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결합니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단결해서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가끔 놀러가지요. 버스에 소주도 싣고, 콜라도 싣고, 고기도 싣고, 빵도 싣고 이렇게 놀러 가보면 보통 놀만한 곳은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술상자 들고 고기 들고 가서 연기 마셔 가면서 숯불 피워서 고기를 구워 놓으면, 그동안 뒷짐 지고 빈손으로 먼저 올라가서 그늘에 앉아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 젓가락은 먼저 들고 설칩니다. 한 술 더 떠서 고기가 너무 탔느니, 오늘은 고기가 좀 안 좋다느니 하는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모두를 위해 앞장서서 싸웠던 사람이 희생이 될 때 모른 척하고 자기는 이득만 챙기려는 사람은 젓가락만 들고 오는 이런 얌체하고 꼭 같은 사람입니다.

여러분, 여기 와서 들으니, 해고자 한 분이 자기 복직은 안 되어도 좋으니 여러분 단체협약이나 잘하라고 했다는데, 여러분, 그 뜻이야 가상하지만 여러분은 그것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사람대접을 받으려 한다면 여러분 스스로 사람다워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 싸움에서 돈 한 푼도 못 올려 받더라도 동지로서의 의리는 꼭 지켜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비겁자가 되지 않으려면, 한 사람도 파업의 대열에서 이탈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파업도 불법파업이라고 하는 마당이니 아마 여러 사람이 잡혀가서 구속되고 해고될지 모릅니다. 그때 여러분은 백 명이 잡혀가면 천 명이 함께 가고 천 명을 잡아넣으면 만 명이 감옥 앞에 함께 가서 싸워야 합니다.

여러분, 이렇게만 된다면 여러분의 이번 파업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한 분이라도 꽁무니를 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1987년도 인상된 월급 몽땅 도로 내놓고 사표 쓰고 ‘고향 앞으로’ 가야 합니다.

단결은 노동자의 생명이다여러분, 단결은 여러분의 생명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를 부려 먹을 때 항상 쓰는 수법이 이간질입니다. 심지어 몇 명 안 되는 조직의 경우에도 지배자는 한두 사람만 살짝 불러 가지고 몇 푼씩 집어 주면서 이건 너만 주는 것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해놓고는 서로 감시하게 하고, 고자질시키고 해서 교묘하게 부려먹습니다. 사람이 많은 경우는 지도부를 매수하고, 그것이 잘 안 되면 또 편을 갈라 싸우게 하여 힘을 빼버립니다. 흔히 노-노 분쟁이라는 것도 대부분 사용자의 이간질과 분열공작으로 생긴 것입니다. 순수한 노-노 분쟁은 가만히 두면 쉽게 해결됩니다. 그것이 해결이 안 되는 것은 끊임없는 이간질과 분열공작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누가 우리 동료를 붉게 물들이려 하는가’ 이런 플래카드를 기억하시지요. 여러분 사이에 붉게 물든 동료가 있었습니까? 이것이 바로 이간질 중의 하나입니다. 이미 서태수 집행부는 스스로 집행부의 의무를 포기하고 물러가 버리고, 여러분은 이렇게 파업지도부 아래 단결하고 있는데 회사는 서태수 집행부만 적법한 집행부라 내세우고 그와 대화하겠다고 우기는 것도 분열공작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간질이나 분열공작에도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반드시 승리하십시오. 오늘 여러분의 사기를 보니 여러분은 반드시 이기리라 믿습니다.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강철같이 단결하여 꼭 이기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 싸움에서 승리하고, 더 나아가서는 여러분이 이 사회의 주인 노릇을 하는 사회가 될 때, 저는 골프채나 하나 사갖고 골프나 좀 배울 랍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 함께 열심히 해봅시다.

 

  • 김상철/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회
  • 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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