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평양 시내에 들어섰습니다. 무개차 위로 몸을 내민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의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뒤따르던 대통령 차량 앞 양쪽으로 태극기와 대통령 봉황기가 펄럭였습니다.
노무현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입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벌어진 인공기 논란을 접하며 청와대 의전비서관 시절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국가의 정상이 탑승한 차량에 국기가 게양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의 인공기 논란에서 보듯 북한과 남한의 경우 상대국에서 국기를 거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때마침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을 맞는 시기이기도 해서 당시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007년 8월 초,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의전 또한 중요한 분야이니만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도 실무협상 준비로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협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전비서관실은 노무현 대통령 방북과 관련, 한 가지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노 대통령의 탑승 차량과 숙소에 반드시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의 기틀을 놓는 두 번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태극기 게양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뜻을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전달했으나 9월 중순까지 북측 실무진은 본인들이 결정하거나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9월 말,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탑승차량과 숙소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문제가 의전분야 협의에서 대단히 핵심적인 사안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날 밤 선발대로 평양에 가있던 최종문 의전국장이 북측의 답변을 전해왔습니다. “(태극기에 대한 사항은)남쪽에서 원하는 대로 결정하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2박3일 남북정상회담 일정 내내 노무현 대통령 전용 차량과 국빈숙소 백화원에 마련된 노 대통령 집무실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었습니다.
어언 7년 전 일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남과 북에서 인공기와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은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처럼 남아있습니다.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인천아시안게임 개막과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을 맞으며 남북 간 신뢰구축이 얼마나 지난한, 그럼에도 절실한 과제인지 새삼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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