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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봉하에서 띄우는 두 번째 편지

 


봉하에서 띄우는 두 번째 편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불러놓고 보니 호칭이 어중간하다 싶네요.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너무 피곤해서 게시판에 들어와 보지 못하고 아침에야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가 너무 빈약하고 불편해서 미안합니다. 하루빨리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선된 사이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고, 자료를 올리고, 연구까지 공동으로 하는 방법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웹 2.0 개념으로 해보자는 것이지요. 3월 중으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지난 25일 다녀가신 분들 말고, 26일, 화요일 이후 이곳을 다녀가신 분들이 2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종일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저를 나오라고 소리를 치십니다. 한번 씩 현관에 나가서 손을 흔들어 봅니다만, 그분들도 저도 감질나고 아쉽기만 합니다.

토요일에는 나가서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어 보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뒤엉켜서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꾀를 내 둑길을 따라 화포천까지 걸었습니다. 둑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분산시켜 도중에 손도 잡고 사진도 찍어보자는 계산이었습니다. 도중에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엉키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화포천까지 가서야 끝까지 함께 오신 몇 분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들판 길에서 다시 새로 오신 분들과 만남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사람이 넘쳐서 인사를 포기하고 그만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일요일은 아침 마실을 나갔다가 일찍부터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결국 쫓겨(?)들어왔습니다. 오후에는 봉화산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봉화산 정상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손을 흔들어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얼굴도 알아 볼 수 없고,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도 서로 인사가 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산까지 올라오는 분들이 있어서 손도 잡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사진 찍는 일이 큰일이었습니다. 일일이 주소를 적을 수도 없고, 적는다고 다 보내주는 일도 쉽지 않아서, 그렇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에 있을 때 일손이 많았는데도 가끔 사진 안 보내 주느냐는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꾀를 낸 것이, 손님이 가져오신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드리는 방법이었는데, 이것도 해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다가,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분들도 많아서 그 또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진기로 찍고, 나중에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로 했습니다. ‘사진 찍은 시간’으로 배열해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예정이니 들어와서 찾아가시라고 안내를 해 드렸습니다. 어르신들도 계신데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내려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할 수 있다. 아이들한테 말하면 된다.” 하셨습니다. 힘들지만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기쁨이 가득한 며칠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누가 몰래 갖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포천의 쓰레기와 오염은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하늘이 새까맣게 철새들이 날아들던 곳입니다.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 농민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버림을 받은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산골짜기, 개울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은 우선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서 치우려고 합니다. 화포천은 김해시와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일입니다. 이 일도 이미 의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에 사는 분들입니다. 쓰레기나 오염물질을 버리기만 하고 치우지는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새마을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습니다.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에는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농촌의 환경을 되살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새마을 조직을 보면서,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이라 하여 쓸모가 있는 것까지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 꼭 좋은 일도, 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지역 사람들과 의논해 볼 생각입니다.

산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산들입니다. 그런데 그냥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그 아래를 꽉 채운 잡목들, 그리고 넝쿨들, 그러나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숲은 햇빛이 차단되어 죽어가는 가지들로 엉켜있고, 개울의 물은 말라버리고, 온갖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던 벌레들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습니다. 나무와 넝쿨이 너무 빽빽하여 사람이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산에 올라도 사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옛날에 풀, 꽃, 벌레들과 다정하게 함께 뛰놀던 그 숲이 아닙니다. 어찌 우리 마을만의 이야기겠습니까?

마을 가까운 야산은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풀, 벌레, 새, 들짐승의 생태계가 풍성하여 자연을 느끼고 학습할 수 있는, 그래서 누구라도 편안하게 걷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숲으로 다시 가꾸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을 어떻게 부를까요? 노사모 여러분?, 친노 시민 여러분?, 민주시민 여러분?, 참여시민 여러분?, 국민여러분?, 아니면 그냥 친구 여러분?, 이것도 한번 의논해 봅시다.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3월 3일 노무현

 

  • 노무현 대통령
  • 200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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