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은 정동영, 이인제, 한화갑 후보 등과 함께 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에 출마합니다. 전국 총 16지역 중 9번째로 열린 대구 경선은 후보들 간 경쟁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치러졌습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언론 국유화 발언과 장인 관련 시비 등 이인제 후보 진영의 정치 공세에도 불구하고 62%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1위에 당선, 종합 선두 자리에 오릅니다. 2002년 4월 5일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구지역 국민경선 당시 노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지금 우리 민주당의 경선 축제가 다소 험악해져 가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사실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정말 낡고 낡은, 때 지난 색깔 공세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도저히 같은 당에서 할 수 없는 극단적 표현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 참겠습니다.
제게는 잘나진 않았지만, 그러나 제가 사랑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는 좌익운동을 하다가 옥사하셨습니다. 그 기간 동안 고생이 오죽했겠습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뒤에 홀어머니 아래서 이제 한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그 남자는 고등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등고시에 합격하면 판사가 돼야 하는데, 좌익 활동을 하다가 처벌받고 돌아가신 장인이 있으면 발령을 받지 못하는 것이 그 시대의 연좌제였기 때문에 부모들이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을 했습니다. 그게 죄입니까?
판사 발령 받을 때 제 장모님은 딸 때문에 사위 앞길 망치는가 가슴을 조이면서 지서로, 경찰서로 쫒아 다니면서 신원조회 잘 해달라고 [사정하셨습니다]. 나는 얼굴도 잘 모르고 한번 만나서 인사도 못해본 그 장인 때문에 제 앞길이 막힌다면 그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용기 있게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하고 떳떳하게 맞섰습니다. ‘판사를 못해도 좋다. 나는 인간답게 살겠다’ 이렇게 결단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