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번영에 적합한 제도입니다.민주주의는 평화의 기술이다, 이것은 칸트의 영구 평화론의 기초가 되고 있는 이론입니다. 현실에 있어서 잘 실현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이기 때문이고,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므로 따라서 민주주의는 평화의 제도이다, 요약하면 그렇게 됩니다. 평화는 아시다시피 번영과 행복의 기본 조건입니다.
민주주의는 공존과 통합의 기술입니다. 민주주의는 사상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섭하고 그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제도입니다. 민주주의는 상대주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상대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사상입니다. 관용이 없는 사회는 사생결단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만이 서로 다른 생각,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포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가장 훌륭한 통합의 기술입니다.
민주주의는 권력과 지배를 정당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권력은 정당한 것입니다.정당한 권력은 정통성이 있을 때 정당한 것입니다. 정통성이 없는 권력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바로 민주주의는 국민주권 제도에 의해서, 국민주권 사상에 의해서, 그리고 대의 제도에 의해서 자기 지배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권력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제왕권은 소멸했고, 파시즘은 패배하고,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그리고 독재권력도 점차 붕괴돼 가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이제는 안심이다 하고 신경을 꺼버립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민주주의에 새로운 지배구조, 즉 시장의 지배, 언론의 지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잊어버린 것이지요. 권태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능한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가 낫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이런 무식한 소리 안 합니다. 이런 무식한 말을 하는 정당이 있는데, 그 정당에 또 박수치는 언론이 있고요, 그걸 옮기는 언론이 있고요, 박수치는 국민도 더러 있어요. 아주 위험하지요. 그래서 민주주의의위기입니다.
언론을 개혁해야 합니다. 언론은 여론을 지배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헌법상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은 권리의 횡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깃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를 받았던 것이고 또 앞으로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독재 권력과 유착하여 독재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해 왔고, 새로운 지배구조하에서는 시장지배 권력과 결탁해서 시장지배 권력에 봉사하고 있고,이제는 그 자신이 지배 권력이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청산과 개혁은 상당한 수준에 간 것 같습니다. 지금 특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권력기관이 아니고 오로지 언론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시장지배 권력은 아직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지요. 부패정치도 일소됐다고 생각합니다만 부활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해야 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로 가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4∙19, 10∙16, 5∙18, 6월항쟁을 비롯해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할 만큼 했습니다. 잘했습니다. 청산과 개혁도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이제 민주주의 안에서 민주주의를 내실화하는 운동으로 국민이 나가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그것은 바로 참여입니다. 선거에 참여해서 지도자를 선택하고, 시민운동을 통해서 민생정책, 정치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정치에 참여해서 정당운동과 그 밖의 여러 가지를 통해서 정치를 스스로 판단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연설 장소]원광대학교 승산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