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제안은 여러 가지이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결함을 바로잡아서 정치를 정상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생산적인 정치로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연정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여소야대 구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는 정상적인 정치구조가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여소야대의 구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없습니다. 여소야대 구조로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이래 여러 차례 여소야대 정치의 실험을 해 왔습니다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역대 정권 모두 3당합당이나 정계개편으로 여소야대의 구조를 해소해 버렸습니다. 여소야대로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연정이 성공하면 독재와 타도, 불신과 대결로 점철되어 온 우리 정치에 신뢰와 협력, 대화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정치가 투쟁의 민주주의 시대에서 관용의 민주주의 시대로 한 단계 성숙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는 비타협의 선명성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연정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대연정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라면 한나라당이 응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야당도 함께 참여하는 대연정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굳이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선거제도이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 총선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고 그리고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하여 만들면 됩니다.
여야가 이 합의를 이룬다면 우리 정치는 새로운 역사를 열게 될 것입니다. 이 합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어려운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없던 일입니다. 우리 정치에 감동이 살아날 것입니다. 또 서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자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관용과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대연정은 실질적으로는 정권교체 제안입니다. 우리는 지역구도 해소가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도 이루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후보만 내면 당선이 보장되는 영남 텃밭의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입니다.
지역구도 극복은 언젠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명령입니다. 3당합당으로 헝클어진 정치질서를 복원해야 합니다. 여소야대 문제도 응급조치나 미봉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부터 결단을 내립시다. 역사를 새로 쓴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국민의 공론을 모아 나갑시다. 지금 이 시기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잡아 정상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이루어낸 시기로 역사에 기록되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