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증사료 이야기는 기증을 부탁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만화 팬들 많이 계시죠? 혹시 이 잡지 가진 분 있으신가요?
1989년 3월 9일자로 발간한 ‘아이큐점프’ 10호입니다. ‘아이큐점프’는 1988년 창간한 주간 만화잡지인데요, 보시는 대로 1989년 10호에 당시 초선의원 노무현의 기고가 실려 있습니다. ‘나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준 만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노무현 의원은 자신과 만화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엔 만화라는 것이 거의 없었고, 있다고 했자 볼품이 없었다. 나이 들어 만화를 본대봤자 무료를 달래기 위해 아들 녀석이 보는 것을 심심풀이로 보았을 뿐이다. … 나 혼자 편히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할 그 무렵, 박제된 순수예술을 거부하고 '두렁’이란 민중 미술단체가 등장했고, 판화 운동이 시작되면서 만화 시리즈가 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필연적 사회 현상에 의해 나도 만화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면 이희재씨, 이현세씨 등의 작품을 재미삼아 아들과 신나게 보면서 차츰 만화가 글로 전달할 수 없는 엄청난 것도 호소력 있게 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노 의원은 그러면서 1988년 첫 선거에서 이희재 화백에게 자신의 만화 홍보책자를 부탁한 사연도 공개하는데요, 이 책자는 노무현사료관에 파일이 있습니다. 클릭하면 직접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노 의원의 기고는 인터넷 상에서 드문드문 찾아볼 수 있지만 문제는 해당 잡지를 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출판사에 문의를 해봤으나 보관본이 1부밖에 없어서 파일로만 받아둔 상황입니다. 1989년 3월 9일자 ‘아이큐점프’ 10호. 여러분의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지는 않나요?
메일(archives@knowhow.or.kr)이나 전화(1688-0523/내선번호 5) 꼭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친김에 노 대통령의 초선의원 시절 기고 한 편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홈페이지 연재중인 ‘윤태영의 기록’ 22편 ‘말과 글에 대한 열정’에서 윤태영 전 부속실장은 “말과 글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랜 보좌진들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기억합니다.
아이큐점프에 기고글이 실린 1989년 3월 ‘노동문학’이란 월간지가 창간됩니다. 노무현 의원은 한동안 ‘노동문학’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데요, 1989년 6월호 ‘두려운 것은 패배가 아니라 패배주의이다’ 제하 칼럼에서는 “엄중한 시국이 주는 견디기 힘든 압박과 그에 따른 무력감”을 토로합니다.
무력감의 연원 첫째는 “정치가 들어설 여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되는 힘의 논리”입니다. 노무현 의원은 칼럼에서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빌미삼은 ‘빨갱이 때려잡기’ 소동, 동의대 사태 등을 사례로 거론합니다.
둘째는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의 무시와 자의적 집행”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정권의 거부권 행사, 5월 1일 노동절 기념집회 원천봉쇄와 5천여명 연행 등이 그 같은 사례입니다.
셋째는 “여론의 왜곡”입니다. 노 의원은 “나는 ‘동의대 사태’에 대한 중앙 일간지의 사설을 보며 엄청난 왜곡과 과장을 역겹게 지켜봐야만 했다”며 “이러한 여론의 왜곡과 진실 보도에 대한 외면이 노동쟁의에 대해선 더더욱 극심하다는 것을 국회 노동위에 들어와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힘의 논리와 정치의 파행, 법과 상식의 무시, 위선과 심술에 가득한 사이비 여론을 지켜보며 어디서부터 뚫고 나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이것이 정치 부재의 제도권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이자 무력감에 빠진 자기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 중립화, 사법부의 독립, 언론의 민주화를 포함하여 권력의 수족이기를 거부하는 우리의 노력마저 사라졌다고 믿지는 않는다. 성과는 적고 진척은 더디다 할지라도 우리 국민은 그것을 지지하고 또한 요구하지 않는가. 정당하고 의로운 권력을 세우기 위해 싸워온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말이다.
우리의 길이 승리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 패배주의이듯이 나 역시 그리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을 벗어나 함께할 수 있는 때가 곧 오리란 것 또한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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